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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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감상입니다. 심한 뒷북이네요... 사실 딱히 쓸 생각은 없었는데 이 편 안 보신 어머니가 보고 싶어하셔서 보여드리는 김에 복습했더니 감상이 쓰고 싶어져서 :Q 방송 직후에도 감동은 받았었지만 딱히 적을 감상은 없었는데 이후에 노래를 듣다 보니 감상이 좀 쌓이기도 했고요.
메인 사진이 앨범 재킷 사진이 아닌 저거인 이유는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저거라. 물론 개인적으로 저 콤비와 저 장면을 제일 좋아하기도 합니다. 한옥 사이에 술병 쌓아놓고 피아노치는 두 남자라니. 이렇게 예술적일 정도로 안 어울려서 오히려 어울려 보이는 코드 진심 좋아함.

아무튼 메인 사진에서도 보이는 편애와 사심이 가득한 감상 갑니다. 공정성 객관성 그런 거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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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내내 편애를 한껏 받은 정재형&정형돈 콤비.
정재형과 정형돈은, 사실 이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편이 아니었다면 엮일 일이 없을 사람들이죠. 캐릭터 자체도 반대편이요 -딱 언뜻 보이는 캐릭터만으로 축약한다면 마쵸 기질 다분한 부산 싸나이에 코미디언과, 파리지앵이라는 수식어에서 보이듯 흔히 말하는 외국물 좀 먹은 자존심 강하고 긍지 높은 고고한 음악가의 만남이죠. 물론 이 사람들에겐 이것만으로는 채 담을 수 없는 개성이 있지만 언뜻 보이는 외면이 저렇게 반대인데 내면이라고 안 반대일리가- 걸어온 인생도 정반대. 어딜 봐도 도무지 접선이 없을 것 같은 이 두 사람이 무한도전으로 말미암아 엮여 서로에게 반발심과 동시에 호기심도 같이 느끼며 가까워지는 모습은 시스콤 같으면서도 한 편의 음악 드라마 그 자체였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인생에서 없었던 타입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서로를 대할 때 쟤 이상해 'ㅅ';;; 와 쟤 신기해 'ㅅ'!!! 라는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게 지켜보는 저마저 흥미로웠어요. 보는 사람이 다 몸둘 바를 모를 만치 어색하던 첫만남 때를 생각하면 파리라는 이국의 땅에서 만나 서로 반가움에 부둥켜 안던 모습은 전율마저 느껴질 지경이었고요.

정재형은, 사실 중학교 시절부터 존재만은 알았어요. 이 사람이 만든 음악이라곤 내 눈물 모아와 Blue Sky밖에 몰랐지만 그 시절의 제 감성 충만한 문학 소녀 친구가 워낙 좋아해었던 사람인지라 저도 미묘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음. 근데 브라운관 너머로 처음 본 정재형은 그 환상이랑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던지라 놀라웠어요. 그래서 더 좋긴 했지만 ㅎㅎㅎ 정재형 좋아요. 이 사람이 가진 캐릭터 자체도 참 재밌지만 굳이 외면으로 주장하지 않아도 내면에 단단히 박힌 자신에 대한 긍지나 자부심, 거기에 걸맞는 능력 같은 게 느껴지는 것이 참 좋습니다. 무엇보다 피아노가 겁나 내 취향 ㅠㅠㅠㅠㅠ 음울하면서도 화려한 연주를 하는데 이런 느낌은 되려 전문 피아니스트에게선 찾기 어렵죠... 클래식에서도 뉴에이지 쪽에서도.

정재형&정형돈, 순정 마쵸

그래서 이것도 겁나 내 취향... 제 안에선 단연 no.1 ㅠㅠㅠㅠㅠ 이런 웅장하면서 음울한 분위기 진짜 좋아해요.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져서 울리던 그 순간엔 이 두 사람이 여태껏 찍어온 음악 드라마의 클라이막스를 본 듯한 느낌이 들어 소름이 다 돋았음. 심지어 병맛 돋던 가사조차 계속 듣다보니 면역이 돼 괜찮게 들림. 하지만 역시 가사가... 아아 이거 프랑스어 버전으로 듣고 싶다 ;ㅂ;;; 내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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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애 콤비, 유재석&이적. 이 두 사람도 그다지 접선이 없을 것 같은 분위기인데 막상 붙여놓으니 눈도 쳐진 눈에 어딘지 분위기도 비슷해 오랜 사귄 친구 혹은 형제처럼 어울리는 것이 참 신기했음. 빵 터지는 뭔가는 없어도 내내 훈훈하고 풋풋한 분위기였어요. 사실 정재형돈과 유재적 넷이 꽁냥대는 것도 좋았음 ㅎㅎㅎ

유재석&이적,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는, 듣고서 많이 울었어요. 듣고 오래 울었다는 게 아니라 들으며 뭉클하고 울컥해 저도 모르게 한 방울씩 운 적이 잦았다는 뜻이에요. 왜, 20대라면, 아니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런 밤이 있잖아요. 이 노래에서 '내일 뭐하지'로 표현했던, 미래가 까마득히 두려운데 그 미래를 좀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선 뭘 해야 할 지 도통 알 수가 없고, 여기서 조금만 잘못해도 미래가 아예 뒤틀릴 것 같아 뭘 하기조차 두렵고, 내가 원했던 것 꿈꿨던 것 무엇 하나 이루어지지 않을 것만 같고, 내가 선 곳 바로 앞이 뭉텅 잘려나가 시꺼먼 낭떠러지인 것만 같고, 그래서 산 채로 관에 누운 채 갇힌 듯, 먹먹하고 무서운 감정에 짓눌리는 그런 밤이. 그런 밤은, 잔혹하게도 이미 지나갔다 한들 속에 응어리로 맺혀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요. 내면에 껌딱지처럼 남아 더덕더덕 붙고 그 시꺼먼 것이 쌓이고 쌓여 소화불량에 걸리다 못해서 숨조차 쉬기 어려워지고. 오글거림을 무릅쓰고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그런 상태로 앓던 어느 시꺼먼 밤의 밀실, 창밖에서 빛이 새어들어와 그 시꺼먼 어둠을 밝히고 이 노래가 흘러나오며 괜찮다, 넌 할 수 있다, 조금만 더 힘내자. 그렇게 달래준 듯한 느낌이 매 순간마다 들었어요. 그게 어김도 없이 매번 찾아와 이미 익숙해졌다 생각하면서도 매번 울고 또 울었어요. 아마도 속에 맺힌 그 밤들이 사라지기 전까진 쭉 그러겠죠. 이런 노래를 만들고 불러준 이적과 유재석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유재석&이적, 압구정 날라리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말하는 대로>>>>>넘사벽>>>>>압구정 날라리인지라 이게 가요제 곡으로 선택됐을 땐 좀 섭섭하긴 했지만 제가 이런 풍의 곡에 싱나 까불까불하는 날유를 워낙 귀여워하는 지라 나름 만족 ㅎㅎㅎ 이걸 가요제 곡으로 불렀기에 말하는 대로를 엔딩곡으로 장식할 수도 있었을 테고. 게다가 이적이 여기에서 말하는 대로 풍의 노래를 부르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 뻔한 전개인지라 이 선택지가 재미는 있었습니다. 이적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취향이 아닌데도 즐겁게 들을 수 있는 게 굉장. 중독성 하나만큼은 가요제에서 나온 곡 중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바다&길,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

예능인으로서의 조합이라면 그다지... 싶지만 뮤지션으로서의 길과 바다의 조합은 굉장히 기대했더랬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나온 곡은 예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길이가 랩하고 바다가 노래할 줄 알았는데. 좀 만든 듯한 감은 있지만 좁은 방 구석에서 웅크려 앉아 낡은 상자의 편지를 꺼내 읽으며 서로를 마주보며 자기 이야기를 고백하고 눈물을 훌쩍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영화처럼 예뻤더랬습니다. 연애라도 하는 듯 분위기가 참 달달하고 푸근했어요. 노래도 무척 좋았습니다. 길이가 바다만을 위해 곡을 만들고 부르게 한 느낌. 청아하다는 표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바다의 목소리와 무대에서의 여신 포스가 인상적. 단 1절은 바다가 불러도 2절은 두 사람이 듀엣으로 불러줬으면 싶었는데 길이가 소극적인 코러스를 하는 것으로 그친 게 아쉬웠어요. 이 편으로 말미암아 음악인 길을 더욱 좋아하게 된 만큼 예능인 길에게는 더욱 회의를 느꼈음. 정말로 괜찮은 음악가인데 왜 잘 하지도 못하는 예능에 나와 자기 이미지를 깎아먹는가.

10cm&하하, 죽을래 사귈래

일단 이거부터 따지자. 니네 왜 2곡 해요 ㅋㅋㅋㅋㅋ 사실 2곡을 부른 자체는 문제가 없다 봄. 문제는 얘네가 무대에서 노래를 별로 못 했음. 특히 하하가! 노래를 잘하고 2곡을 부르면 그건 서비스지만 못하면서 2곡 부른 건 그냥 어정쩡한 짓이죠. 둘 중 하나를 고르기가 힘들어도 하나로 딱 골라 완벽하게 연습을 했어야지! 그러고 다른 곡을 또 욕심 내던지! 둘 다 어정쩡하게 연습하며 끌고와 둘 다 어정쩡하게 불러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음... 노래 자체는 좋았습니다. 근데 가사는 별로...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10cm 보컬은 한국어랑 별로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목소리가 한국어가 아닌 노래를 부를 때가 더 찰지게 울리는 느낌. 이것도 가이드송(K군과 전 주문송이라고도 하죠 ㅎㅎㅎ)으로 부를 때가 훨씬 감칠맛이 돌아서 좋았음. 찹쌀떡은 말할 것도 없고요. 아무튼 이래저래해도 다른 팀은 이것이 최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면 요 팀은 여러모로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싶은 아쉬움이 진하게 남네요.

GD&박명수, 바람났어

이 콤비는... 불편했음. 박명수는 성공의 치트키를 두 개 터득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유재석이고 두 번째가 아이돌인 거 같음. 그래서 박명수에게 GD는 GD라는 인간이라기보다는 요즘 대세인 아이돌이라는 역할이 더 중요했다는 느낌이라. 그러니까 GD에게 뮤지션으로서의 뭔가를 요구할 때 GD가 무슨 음악을 했고 어떤 주관을 가지고 있는 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그저 자길 띄워줄 역할만이 중요한 것 같은 느낌이 굉장히 불편했음. 전 아무래도 GD쪽으로 감정 이입을 하게 되니까 ^_ㅠ;;; 거기에 박명수는 무대에서 연습 부족을 확 티를 냈지. 솔직히 치트키니 방송을 날로 먹네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음... 그럼에도 자기 음악 표절한다는 평까지 들던 매너리즘 성향의 GD에게는 박명수와의 경험이 성장의 한 단계가 됐을 것도 같아 불편함 좀 해소. 조신한 듯 할 말은 다 하는 GD의 모습에 더욱 해소 ㅎㅎㅎ GD가 의외로 참 성격이 좋더라고요. 좋지 않은 선입관이 좀 있었는데 다시 보는 계기가 됐음. 냉면 때도 박명수가 어찌하든 시종일관 열심히 하는 제시카의 모습에 감탄했던 걸 생각하면 박명수는 아이돌의 이미지를 업 시켜주는 재능이 있는 것 같아... 아무튼 좀 신랄하게 적긴 했지만 전 명수형 좋아합니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도 난 당신이 좋아...

정준하&스윗소로우, 정주나요

이쪽은 GG 이상으로 불편... 했음 ^_ㅠ;;; 사실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 만치 분량도 없었지만.
정준하는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고 그 등급에 따라 대하는 인간인데 스윗소로우를 자기 밑 등급으로 매기고 대한다는 게 느껴져서 짜식. 뭐 제가 워낙 정준하를 싫어해서 색안경 쓰고 보는 감도 있겠지만 :@ 그럼에도 무대에서만큼은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게 저쪽보다는 높이 평가할 부분이죠.
스윗소로우 아가들 귀여워요. 아가들이랄까 병아리 같은 느낌 ㅎㅎㅎ 보고 있으면 괜히 백화됨. 노래는 말할 것도 없고요. 늘 열심히 하는데 왜 이리 빛을 보질 못하누 ㅠㅠㅠㅠㅠ 무도는 레알 스윗소로우한테 빚 지고 있는 거다. 언제 한 번은 스윗소로우가 빛을 확 받는 특집 했으면 좋겠어요.

싸이&노홍철, 흔들어 주세요.

나의 에너지, 형의 에너지. 라던 노홍철의 말이 쭉 뇌리에 남아서 그런지 에너지라는 단어 하나로 축약 가능한, 쭉 그것을 보여주는 듯했던 콤비. 딱히 인상적인 에피는 없어도 안정적인 파트너 같은 느낌이 들던. 그 에너지 무대에서 아낌없이 폭발!!! 심각한 몸치에 박치인 노홍철이 무대에서 안무를 딱딱 맞추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연습을 무진장 했거나 그 날 신이라도 내렸거나, 둘 중 하나일 텐데 아무래도 전자겠지.
노홍철의 이런 면이 참 좋아요. 겉으로는 참을 수 없을 만치 가볍고 경박해보이는데 알고 보면 카메라가 도나 안 도나 꾸준히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성실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착실하다는 그 갭이! 게다가 결백증에 완벽주의까지 겸비했다니 더욱 좋다.

그리고 트로피 퍼준 건 좀 불만. 요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범람하며 순위를 매기고 탈락자를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거에 염증이 생겨 취지 자체는 좋았다고 생각하지만 모양새가 별로. 모두의 노력과 음악을 하나하나 높이 사며 존중해줬다는 느낌보단 평등하게 깍아내렸다는 느낌. 모두에게 트로피를 주고 싶었다면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었잖아. 태호 피디 머리라면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었잖아. 그 모양으로 다 퍼주고 축제를 즐겼던 모두가 대상~ 이라며 자막이나 넣으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_`

적고 보니 절반이 뻘소리요 그 절반은 불평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잘 보고 잘 들었어요. 즐겁고도 감사하게. 너무 좋았습니다. 저번 가요제랑은 비교가 안 되게 발전했어! 같은 감상은 저번 가요제로 끝날 줄 알았는데 또 해야겠네요.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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