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방영을 앞두고 6화부터 10화까지 주행 완료 후 쓰는 감상. 내일 방영분까지 마저 보고 감상을 정리할까 했는데 이 애니 특성상 내일이면 뻘쭘해서 못 쓸 감상이 반드시 있을 것 같아서 그냥 올립니다.
내일이 되면 여기에서 뭔가가 더 추가 될 거임. 그럴 거임...
반복해. 나는 몇 번이고 반복해. 같은 시간을 몇 번이고 돌아서 단 하나의 출구를 찾지.
너를 절망의 운명에서 구해낼 길을. 너를 위해서라면 나는 영원의 미로에 갇히더라도 상관없어.
호무라와 마도카의 관계는, 1화의 의미 불명 인트로가 계속 신경이 쓰여서 뭔가가 더 있지 않을까, 라고 어렴풋이만 생각했다가 9화에서 호무라가 마도카에게 보이는 애정이 훨씬 깊다는 것을 알고,
또 호무라가 쓰는 마법의 힘이 시간과 관련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아! 싶긴 했는데 10화는 예상 이상이었다.
호무라는
상상 이상으로 맹목적이고 또 이기적인 성격. 결국 호무라가 움직이는 목적, 근원과 이유는 모두 마도카 때문이고 마도카 외의 다른
것은 안중에도 없음. 호무라는 반복되는 시간 동안 마도카를 숱하게 만나고 또 만나는 동안 마미도 사야카도 쿄코도 그만치 만났을 텐데, 호무라가 죽음을
저지하고 싶을 정도로 애정을 갖는 것은 오직 마도카 뿐. 이를 테면 호무라가 마도카의 계약을 저지했기 때문에 마미 선배는 처음보다
일찍, 그것도 어이없을 정도로 허무하게 죽어버렸지 않은가. 그야 좀 늦든 빠르든 어차피 언젠가는 죽잖아? 라고 반문한다면 그것도
맞지만 그건 마도카도 마찬가지. 나아가서 모든 인간도 마찬가지. 그야 마도카를 구원하는 것도 못하는 와중에 다른 목숨을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호무라는 심지어 사야카를 직접 죽이려고까지 했다. 그것도 마도카가 너 때문에 슬퍼하는 것이 싫다는 이유로. 마도카의 죽음에는 그토록 얽매이는 주제에 마미나 사야카의 죽음에 관해 말하는 표정에는 한치의 동정도 슬픔도 없다. 이건 암만 생각해도 그냥 마도카 외에는 일절 안중에도 없는 거...
하지만 호무라의 원래 모습을 떠올리면, 상대적으로 마도카가 강하고 용감해 보일 만치 약하고 어리버리하고 아무것도 못하던 호무라가, 그렇게 강하고 뭐든
잘하고 완벽한 인간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되돌리고 또 살아오고 절망과 맞닥트리고 싸운걸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함.
결론은 호무라...ㅠㅠ 호무라 으으 ㅠㅠㅠㅠㅠ 내 앞에서 호무라를 까면 삼대를 저주하겠다 ㅠㅠㅠㅠㅠ
호무라가 봤던 엔딩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마도카와 손을 잡고 함께 죽어가던 엔딩. 사실 호무라는 그렇게 끝났어도 나름 만족했을 텐데. 마도카의 부탁만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이대로 죽어버려도 상관 없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을 텐데.
아무튼 원래도 돌고 도는 시간의 굴레나 반쪽뿐인 기억,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 같은 거에 원래도 약해서 10화는 정말 포풍 눈물로 감상... 이 애니가 내 약한 곳을 사정없이 찌르네! 엄마, 이 애니가 나를 공격해! 살려줘!!! ;ㅂ; 하는 기분... 원래도 내 최애는 호무땅이었다고! 으헝 ㅠㅠㅠㅠㅠ
그리고 사야카와 쿄코의 관계는, 필터링을 좀 장착한 해석이지만. 애들의 기억은 기억상실증 같은 게 아니라 시간이 리셋되며 아예 사라지는 거긴 하지만, 마도카가 호무라를 꿈에서 본 듯하다고 낯선 것
같지가 않다고 느꼈듯, 이전 시간의 기억이 잔상처럼 남아있는 거라면. 사야카와 쿄코도 호무라의 시간 속에서 숱하게 만나며 결국 다른 엔딩을 맞이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기억의 잔상들이 쌓이고 쌓여 쿄코는 매번 첫만남부터 사야카가
신경이 쓰이고, 그래서 싫어하려고 하지만 결국은 끌리고 그 때문에 파멸하는 엔딩을 맞이하는 게 아닐까 싶음. 마도카와 호무라 못지 않은 비극의 루트 ㅇㅇㅇ 사실 그렇지 않다고 여기기에는
쿄코의 행동이 좀 납득이 안 감... 쿄코의 캐릭터로 봤을 때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죽음을 맞이한 셈인데 그 순간 본인의 표정이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절절했던 것이 마음이 너무 아파서... 으으 쿄코 ㅠㅠㅠㅠㅠ
소새끼(...) 큐베가 사람을 더
미치게 하는 건 큐베의 행동에도 나름의 정당성이 있다는 거. 애들을 개채라고 표현하고 자신들을 우리라고 표현하는 거에서 볼 수
있듯 애네에게는 마치 개미나 벌 같은 공동체 의식 밖에 없음. 그외에는 전부 수단, 그 공동체에 속한 하나하나는 도구일 뿐이기
때문에 그들 중 하나의 죽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음. 일례로 호무라가 죽인 큐베 중 하나의 시체를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먹어치우지 않던가. 인간도 그 같은 의식의 연장으로 보는 것뿐, 자신들이 당해서 싫은 짓을 인간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님. 얘네가 신
같은 존재라 가정하고 마녀를 만드는 것이 세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짓이라면 정말로 정당성은 있는 셈. 하지만 소새끼는 소새끼지. 죽어.
이 애니가 곤란한 것이 보기도 전에 옆에서 시궁창이니 비극이니 하는 소리를 워낙 많이 하니까 매 순간순간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미리 각오를 하고 보게 되더라는 거. 반전 영화에서 가장 나쁜 네타는 반전 영화라는 이름 자체인데 그것과
마찬가지. 예상을 하고 보니 비극과 반전에 대한 임팩트가 없어... 자꾸 여기선 이렇게 되는 걸꺼 저기선 저렇게 되는 걸까 하며
머리를 굴리느라 집중을 할 수가 없어! 그랬던 것이 9화부터는 그걸 뛰어넘을 정도의 파괴력이 있있다. 무엇보다 10화가... 10화가...!!
마법소녀와 마녀의 루트는
네타를 얼핏 들어서 알고 있었고, 10화 보고 사람들이 하도 마미 선배 마미 선배 ㅠㅠㅠㅠㅠ 하고 울기에 난 죽은 마미 선배가
마녀가 돼 다시 나타나 애들이 울고 불며 그걸 없애는 전개가 나올 줄 알았지만... 에헷.
그래도 초반에 못 봐서 아쉬웠던 마미 선배와 마도카의 콤비플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용감하게 싸우는 마도카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솔직히 나는, 9화가 될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징징거리는 마도카가 은근히 짜증났었는데 그 아무것도 못하게 된 것이 호무라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ㅠㅠㅠㅠㅠ 마도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하니 ㅠㅠㅠㅠㅠ 으으 마도카
ㅠㅠㅠㅠㅠ 으으 호무라 ㅠㅠㅠㅠㅠ
다시 호무라 이야기로 돌아가지만(...) 9화 막판에서 지금은 그렇게나 철혈로 강해보이는 호무라도, 마도카 앞에서 아직까지도 그렇게 약한 모습으로 무너지는구나 싶으니 내 가슴도 무너지고 ㅠㅠㅠㅠ 그 다음 큐베를 대할 때 또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가는 걸 보니 또 억장이 무너지고 ㅠㅠㅠㅠㅠ 세상이 무너지고 ㅠㅠㅠㅠㅠ
개인적으로 예상하는 엔딩은 이렇게 긴 시간을 돌고 돌며 외로움과 고뇌를 쌓아온 호무라가 막판에 마도카에게 밀쳐지던지 해서
발푸르기스의 밤을 낳고 또 시간을 되돌아 그것과 싸우고 있었다 하는 거. 여태껏 호무라는 마도카를 발푸르기스의 밤에게서 지키고자
싸웠지만 결국 모든 것의 원흉은 자신...이었다는, 뭐 그런... 혹은 호무라가 마도카를 살리고자 시간을 되풀이하며 그때마다 분출하는 감정 자체가 큐베가 노리는 에너지원이었다던가... 이건 좀 무리수네. 어떻게 되려나. 레알 판도라의 상자를 앞에 두고 있는 기분 :Q...
+ 완결 감상 추가. 이쪽은 다소 부정적인 느낌일 지도 모르니 좋게 보신 분은 스루하시는 게 좋을지도.
12화를 보고 나니 어제 감상 올리길 잘했다 싶은 게, 내 할 말
없어.
레알 없어졌어 ㅋㅋㅋㅋㅋ 나는야 이 바닥 넋부자 :Q......
창작자가 지양해야 할 플롯 패턴 중 <신성한 개입>이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신이 스토리에 개입해 난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이르는데 이른바 게임상의 치트키나 에디터 같은 것으로 적용돼 극중의 긴장감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가능한 한 쓰지 말라고 한다. 그럼에도 많은 작가들이 이걸 쓴다. 해결책으로 쓰기도 하고 반전으로 쓰기도 함. 뭐 쓰는 거야 자유지. 쓰지 말라는 것도 누군가의 말일 뿐이지 절대 수칙은 아니니까. 하지만 난 이거 되게 싫음 ^^;;; 창작자로서 비겁한 선택이라는 생각도 좀 들고, 돈 단위가 억 정도까지 올라갔을 때는 억 소리가 나지만 억을 넘어서 아예 천문학적인 숫자로 넘어가면 아무런 감흥이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야기의 범위가 인간이 아닌 신의 일이 되면 아무런 감흥이 없어짐. 인간의 일은 인간들끼리 끝냈으면 좋겠다는 기분... 뭐, 그냥 취향 문제라고 표현해도 좋겠고.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마마마의 결말이 이 <신성한 개입>이라는 건 아니다. 사실 여기에 속한다고 판단할 수도 없는 문제고, 애초 시작부터 <큐베>라는 신에 가까운 존재가 개입했고 <마법>이 들어간 이상 피할 수 없는 결말이라는 생각도 듬. 하지만 마도카가 신이 되는 순간 나는 이 <신성한 개입>을 봤을 때처럼 정신이 안드로메다의 저편으로... 아스트랄의 세계로...
아무튼, 애들이 시궁창에서 구르고 진흙탕에서 허우적거려도 인간의 일은 인간의 범위 안에서 끝났으면 했다. 웃긴 것이, 난 애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ㅇ; 호무라가, 마도카가 구원 받았으면 좋겠어 ;ㅇ; 라고 생각하고 보면서도, 어느 한편으로는 이런 기대를 무너트리고 비극의 정점을 찍어 날 미치게 해줘! 라는 심보가 아무래도 있었던 거 같다는 거... 이쯤이 되면 사람이 지독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작년에는 본의 아니게 공중파 드라마를 좀 챙겨봤는데, 볼 때는 꽤 빠져서 본 것도 많았건만 결말을 본 지금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드라마는 거의 없다. 결말 자체도 어정쩡한 게 많기도 했지만 ㅎㅎㅎ 공중파 드라마라는 게 여론 때문이라도 언해피로 끝나지는 않거든. 신언니도 내여구도 시가도 다들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ㅇ; 라고 보긴 했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난 순간 전부 내 기억에는 어? 싶은 형태로 남아버리지. 차라리 처절한 언해피로 끝났으면 전설에 레전드로 뇌내에 남았을 지도 모르련만. 그래, 난 사실 비담 결말도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
물론 마마마의 엔딩이 해피엔딩이라고는 생각 안 하는데... 아무래도 이건 뭔가... 뭔가 아닌 거 같아 ㅠㅠㅠㅠㅠ 이걸로 된 거야? 이걸로 괜찮은 거야? 이야기를 이런 곳까지 보내버려도 되는 거야? 정말? 진짜?? 레알??? 싶은데 나름 괜찮네, 좀 클리셰네, 이런 결말 드물지 않아, 하는 세간의 반응을 보고, 생각해보니... 난 이런 감성이 안 맞아서 일본 아니메를 잘 챙겨보지 못했던 거 같기도 하고 ^^;;;
그렇다고 아주 마음에 안 들어서 미치겠고 그런 건 아니고 어느 정도는 잘 됐군 잘 됐네 메데타시 메데타시~ 하는 마음도 들긴 하는데... 뭔가... 찝찝함... 사실 좋네 ㅇㅇㅇ 라고 보면서도 거기까지였고. 확 딥이 왔던 건 역시 10화 이후라. 아무래도 난 10화를 본 후의 감성이 더 좋은 듯...
* 근데 백합 필터링으로 철저히 마도호무의 관점에서 보면 이 이상의 해피엔딩도 없다는 생각도 듬. 비록 지금 당장은 만나지 못하고 함께 하지도 못하지만 호무라가 기억하는 이상 중국에는 영원히 함께 하게 되리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야말로 우주적이고 무한대적인 영원에.
* 제일 마음에 들고 전율 돋았던 순간은 마도카가 소원을 빌고 이루어줘, 인큐베이터!!! 라고 말하는 장면. 이런 장면에 잘 발리지... 큐베한테 한방 먹였다는 기분도 들고.
* 여신 마도카 예쁘다!!! 무기인 활도 레알 예뻤음. 좀 더 보고 싶었는데 너무 순식간에 사라져서 아쉽.
* 되돌아간 시간 속에서 남은 애들이 파티플 구도인 게 왠지 재밌었음. 이걸로 속편 하나 정도는 보고 싶다.
* 쿄코가 사야카 죽고 난 후 겨우 친구가 됐는데!!! 라고 말하는 순간이 좋았음. 친구가 됐대 ㅠㅠㅠㅠㅠ
* 마도카가 마미 선배에게 소원을 말하고 옆에서 쿄코가 좋잖아? 라고 맞장구 쳐주는 장면도 좋았음.
* 결국 모든 마법 소녀 변신물의 꿈과 희망은 위대하신 마도카님 때문임 ㅇㅇㅇ 감사하도록 ㅇㅇㅇ 라고 엔딩이 말하는 것 같아서 왠지 뿜. 마마마가 명작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마법 소녀 변신물은 마마마가 나오기 전과 나온 후로 갈릴 듯한 예감... 굳이 보이는 판도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감성이.
* 엔딩 장면에서 오프닝 음악이 나오고 백지로 스크롤만 올라가는 게 이젠 마도카가 없어 나올 것이 없기 때문에 영상이 아닌 백지로 나온거라는 해석에서는 레알 돋았다. 이 귀신 같은 놈들이...
...뭔가가 더 생각나면 더 추가합니다. 안 될 수도 있고...
아, 미이님 감상 안 써주시려나. 왠지 미이님 감상 보고 싶구 :Q...
내 말이 그 말... 필터링 때문일지는 몰라도 그때 호무라의 표정이 지쳐보이면서도 어딘지 안도한 표정이라 더... 그런 애에게 그런 부탁이라니, 얘 그만 쉬게 해줘! 이게 엔딩이 아닐 줄은 알고 있지만 나도 모르게 그렇게 빌어버렸다고! ㅠㅠ;;; 난 그 뒤에 호무라의 울음 소리에 더 푸풍 눙물... 애니 보면서 성우 연기에 그렇게 압도적으로 감탄해본 건 처음이었던 거 같다... 마도카답게 상냥하면서도 또 잔혹한 부탁이라. 근데 호무라가 가진 마도카에 대한 감정은 암만 필터링을 빼고 봐도 친구 이상이지만 마도카가 가진 호무라에 대한 감정은 우리는 친구, 모두들 친구...라. 나를 구해줘라는 말에는 모두를 구해줘라는 뜻도 포함돼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더 그렇게 부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잔혹하지만.
댓글이 접히지가 않으니 여기서도 네타 필터링을 좀 하게 되네... 가지가 로그인해서 글 남기면 나도 비밀글로 등록해도 가지가 볼 수 있게 되나? 얼른 11화 12화 보고 같이 떠들고 싶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