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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거미의 성 거미의 성, #Intro [1]
거미는 실을 자아내어 교묘한 덫을 치고, 그 덫에 사냥감이 걸려들기만을 숨죽여 기다린다. 숲이 드리운 짙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와인 잔에 비친 얼굴이 일그러졌다. 츠키에테는 그를 조소하며 문장을 적은 종이를 구겨 ...  
17 거미의 성 거미의 성, #1 [2]
츠뮤가 아버지에 대해 생각할 때 늘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눈가의 주름이었다. 인상을 누그러트리듯 짓는 눈웃음이 인상적인 남자로, 아무튼 잘 웃는 남자였다. 동양인치고는 뚜렷한 이목구미가 자칫하면 싸늘하게 보일 수도 ...  
16 거미의 성 거미의 성, #2 [3]
……피곤하군. 츠키에테는 안내받은 방에서 짐을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기댔다. 평소라면 재깍 씻기부터 했겠지만 피곤했다. 스위스까지 비행기로 날아온 직후 차에 탑승해 장거리를 달렸고, 그 여자를 만나 대면을 치렀고, 그리고...  
15 거미의 성 거미의 성, #3 [2]
“종이 눈사람?” “네.” 눈사람이 종이라니,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어 츠키에테는 되물었지만, 잘못 들은 게 아닌 듯 어린 츠뮤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위스에서는 부활절 이후 4월 셋째 주 ...  
14 거미의 성 거미의 성, #4 [5]
어디선가 바이올린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귀를 기울여야 들릴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소리인데도 귓속을 위압적으로 파고 들어오는 소리였다. 그것이 청각을 지배하고 의식을 잠식한다. 어쩌자고 이토록 불길한 소리란 말인가. 츠메...  
13 거미의 성 거미의 성, #5 [4]
이틀 후면 빈 주니어 콩쿠르가 열린다. 그를 위해 떠날 채비를 하는 도진에게 이번에 빈에 가면 돌아오지 말고 빈에 정해둔 거처에 머물라는 츠메리카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 소식을 들은 보윤은 금세라도 울어버릴 듯한 표정을...  
12 거미의 성 거미의 성, #6 [4]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츠뮤는 눈을 떴다. 바람 소리인가. 츠뮤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일어나 무릎을 모아 몸을 웅크렸다. 생전 처음으로 해본 경험에 들뜬 탓일까. 어쩐지 잠이 오질 않았다. 아니, 요즘 들어 쭉 이렇다...  
11 거미의 성 거미의 성, #7 [2]
내조축일이란 별을 따라온 세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님을 발견한 날로, 츠뮤는 성탄절보다 이 내조축일이 더 좋았다. 딱히 가톨릭 신자는 아니나 이날에는 유난히 별도 예쁘게 뜨는 것 같고 성스러움이 충만해있는 것처럼 느껴져 ...  
10 거미의 성 거미의 성, #8 [2]
바람이 유리창을 두드리며 탄원하고 있었다. 덜컹덜컹…… 오래된 데다가 수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낡은 창문은 바람이 부는 날이면 항상 저런 소리를 내곤 했다. 아예 창문을 활짝 열어버리면 조용해지겠지만 아직 그러기에는 ...  
9 거미의 성 거미의 성, #9 [2]
5시간 째였다. 그날 밤, 잠에 들지 못한 채로 이리저리 뒤척대던 츠뮤는 결국 몸을 일으켜 웅크려 앉았다. 결국은 낮잠을 자지 못했음에도 잠이 쉬이 오지 않았다. 심란하고 괴로운 밤이었다. 밤만 되면 이 저택은 거대한 감옥...  
8 거미의 성 거미의 성, #10 [4]
다시 저택에 돌아오게 된 건 카르엘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카르엘은 천성이 도시 여자였다. 휘양찬란한 네온사인이 눈 부신 밤거리, 떠들썩하면서도 요란한 클럽, 근사한 바텐더가 있는 분위기 있는 바, 사치스러운 쇼핑을...  
7 거미의 성 거미의 성, #11
츠키에테가 그 전화를 받은 것은 이틀 후, 오전 무렵이었다. “보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정체를 들킨 걸지도 모르겠다니?” “츠메리카가 보낸 사람이 우리 조직원과 접촉해 자네에 대해 물었다더군. 혹시 본명이 도진이 아니...  
6 거미의 성 거미의 성, #12
츠뮤는 자신의 어머니가 어떻게 됐다는 소식에는 관심이 없고, 그보다는 집사의 행보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았다. “그래요? 카스티안이 저택을 비웠단 말이지…….” 그리고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얼굴을 했다. 반면 카르엘은 ...  
5 거미의 성 거미의 성, #13 [1]
며칠이 흐지부지하게 흘렀다. 저택을 떠난 츠메리카와 카스티안에게는 아직 연락이 없었다. 지배하는 자도 관리하는 자도 없는 저택은 느릿하게 흘러갔다. 왜인지 시곗바늘은 갈수록 느리게 움직이는 것만 같았고, 그와는 별개로 마...  
4 거미의 성 거미의 성, #14
비가 세계를 집어삼킬 듯이 매섭게 쏟아지던 그날, 한 소년이 잔혹하게 구타당하고 있었다. 거센 빗소리에 타격음도 비명도 묻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소녀는 그래서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소리를 들을 ...  
3 거미의 성 거미의 성, #hidden track [4]
저택은 죽은 듯이 조용했고 텅 비어있었다. 마른 표정으로 그를 응시하며 카스티안은 천천히 홀을 가로질러 걸었다. 이제 이 저택 어느 곳에서도 아가씨의 모습은 볼 수 없고 그 목소리도, 연주도 들을 수 없으리라. 그 사실은...  
2 거미의 성 거미의 성, #bonus track_1 [2]
“쫓지 말라고 했다고?” 츠뮤와 츠키에테가 그런 식으로 저택을 빠져나간 후, 추적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단단히 벼르고 있던 카르엘은 분개했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말투로 카스티안에게 쏘아붙였다. “어째서? 당신 딸이 납치...  
1 거미의 성 거미의 성, #bonus track_2 [2]
“마린느가, 이 저택에 들어왔을 때가 23살이었지.” 저택의 어느 오후, 보윤은 뜬금없이 그런 소리를 했다. 마린느는 어딘지 놀란 얼굴로 보윤을 돌아보았고, 보윤은 어딘지 서글픈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보윤은 마린느와 처음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