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은 화창했다. 루네스 에민카렌으로서는 드물게 구름 하나 없는 맑은 하늘을 관통해 내려오는 햇살이 따갑게 느껴졌다. 설렘도 짜증도 배가 되는, 그런 날씨였다.

레바엔은 건물 밖의 문 앞 계단에 심드렁히 기대 앉아, 그 너머에서 츠뮤가 여관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돈을 치루고, 남은 사람들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이윽고 츠뮤는 짐은 정말로 방에 다 내버려둔 가뿐한 상태로 나와서는, 레바엔을 내려다보더니 미소 지었다. 왠지 모르게 피곤해 보이는 그 안색을 바라보며 레바엔은, 성에서 나온 뒤 한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던 츠뮤가 다시 그런 밤을 보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미리 불러둔 마차에 몸을 실고, 출발할 때까지도 츠뮤는 말이 없었다. 그저 뒤로 달리는 경치를 바라보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감회가 새롭다는 듯 말했다.

“꽤 신기한 기분이네.”
“……뭐가?”
“이제부터 뭘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은.”
“골치 아파?”
“아니. 나쁘지는 않아.”

레바엔은 창문턱에 팔을 기댄 채, 맞은편에서 그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츠뮤는 설레면서도 어딘지 씁쓸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얼굴이 생각하고 있을 것은 뻔했다. 그녀가 버려두고 온 것은 자신을 속박하고 있던 족쇄인 동시에, 그와 자신을 연결하는 마지막 고리였을 테니까. 레바엔은 깊이 한숨을 쉬며, 나직이 말했다.

“사실 난, 참을성이 그다지 많지 않아.”
“……응?”
“그러니까, 웬만하면 그만 좀 잊지?”
“……어….”

츠뮤는 당황한 듯 고개를 돌리며 눈을 깜빡였다. 할 말은 찾고 있으나 쉬 고르지는 못하는 듯, 복잡한 표정이 되어간다. 결국은 다시 한숨을 쉰 레바엔이 먼저 말해버린다.

“뭐, 더 기다려주긴 하겠지만.”

굳어있던 츠뮤의 표정이, 그제야 어설프게라도 웃는다.

“……미안. 하지만, 약속은 꼭 지킬 테니까.”
“그래.”

그리고 또 한참 침묵이 흘렀다.
마을을 벗어나고도 한참을 달려, 몇 번씩이나 마차 밖의 경치가 바뀌어갔을 무렵,

“…….”

마차 내부에 심상찮은 분위기가 흘렀다.

창밖을 보던 츠뮤와 레바엔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두 사람의 오른손은 몸에 지니고 있던 검의 손잡이에 닿아있었다. 순식간에 팽팽하게 잡아당겨진 공기가 긴장감을 더욱 가증시켰다. 둘은 침묵 속에서 말없이 시선을 교류했다. 먼저 고개를 저은 쪽은 츠뮤였다. 츠뮤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소리 없이 검을 뽑더니, 빠르게 등을 돌리며 맞은 편 벽에 검을 찔러 넣었다.

뒤통수에 바로 칼끝이 닿았을 마부는, 놀라지도 않고 오히려 들으라는 듯 벽 너머에서 억양이 센 웃음소리를 냈다.

“이런, 츠메카린의 공주님은 보기보다 난폭하시군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
“그렇게 먼 곳은 아니니, 다소 멀미가 나도 참고 기다리시죠?”
“헛소리를 들어줄 여유 따윈 없어. 말해. 누가 보냈어?”
“안심하세요. 당신의 오라버니는 아닙니다.”

여전히 비꼬는 듯한 말투에, 과장된 정중함을 섞어 마부는 말했다.

“카스텔 왕자님께서 당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함께 가주시죠.”





마차가 멈춘 곳은 수도 근교의 어느 저택 앞으로, 도시였으나 다른 저택들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이었다. 거기에서 내려 저택의 대문 앞에 선 후에야 츠뮤는 마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떠난다는 것에 대한 긴장감으로 인해 마차에 탈 때에는 미처 자세히 봐두지 못했던 그 얼굴은 생각보다는 젊었다. 뻣뻣한 적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매는 가늘어서 왠지 얄미워 보였고, 코밑으로 길러놓은 콧수염은 왜 있는가 싶을 정도로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놀리는 건가 싶을 정도의 과장된 동작으로 츠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더니, 두 사람을 안내했다.

긴 복도를 지나 츠뮤가 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기에 카스텔이 있었다.
카스텔은 창가의 탁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가 놀란 표정으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한 걸음에 달려와 츠뮤를 껴안았다. 츠뮤가 놀라 움찔거리자 본인도 놀란 듯 얼른 몸을 떼더니, 눈썹을 누그러트리며 웃어 보인다.

“……걱정했어.”

그제야 츠뮤는 굳어있던 표정을 풀며 미소 지었다.

“아저씨야말로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내게 별일이 있을 리가 있겠어?”

카스텔은 쑥스러운 듯 다시 웃더니 등을 돌렸다.

“일단 앉지. 곧 차를 내올 테니. 아. 그런데,”

그때서야 발견한 듯, 카스텔은 츠뮤의 뒤에 서있는 레바엔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분은?”
“아. 그, 그러니까, 어쩌다보니 절 도와주게 된 사람인데…….”
“애인이시다.”
“왁!!!”

그 말에 츠뮤가 기겁하며 달려가 레바엔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아, 아, 아직 그런 거 아니잖아?! 왜 네 멋대로!!!”
“그럼 주인이라고 할까?”
“와아악!!!”

움켜쥔 어깨를 흔들어대며 소리를 지르는 츠뮤를 차분히 바라보던 카스텔이, 느긋하게도 말했다.

“아직 그런 게 아니라면, 언젠가는 그렇게 될 거라는 의미인가. 현재 서로가 좋은 감정을 갖고 만나는 중인 사람인가보구나.”

기가 막힌 표정으로 츠뮤가 고개를 돌려 카스텔을 본다.

“도,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보여요?!”
“그렇지만, 네가 그렇게 편하게 대하는 사람은 처음 보는 걸.”
“이건 편하게 대하는 게 아니라, 막 대하는 거예요!”
“그게 그거야.”
“……하.”

여전히 특유의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머금은 채, 카스텔은 손짓했다.

“아무튼 앉아.”

이런 소동으로 뜸을 들였던 탓에, 세 사람이 탁자에 둘러앉자 금세 차가 나왔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수증기 너머로 카스텔의 온화한 밤색 눈동자가 츠뮤를 바라본다.

“미안해. 모처럼 하텐미온까지 왔으니 성에 초대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아. 츠메카린의 공주님께서 정식으로 입성하신다면 일이 커질 텐데, 네가 그런 것을 원치도 않을 것 같고.”
“아니, 그러지 않아주셔서 고마워요. 저를 어떻게 찾아내신 건가요?”
“네가 도망쳤다는 말을 듣고선 하텐미온으로 갔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지. 마족의 외견을 가진 네가 마땅히 몸을 숨길 곳은 여기밖에 없으니까. 이래 뵈도 하텐미온의 제1왕자니, 내 세력을 이용해 하텐미온을 뒤져 너를 찾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어. “
“……그렇군요.”

찻잔을 입가에 가져가며 쓰게 웃는 츠뮤에게, 카스텔이 물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니?”
“어…. 오웸의 여관에서 지낸 건 알고 계실 테고…….”
“응. 뭘 했는지를 묻는 거야.”
“으음. 여러 가지를 했어요. 마을을 구석구석 구경하고,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쇼핑도 잔뜩 하고…….”
“쇼핑이라면 어떤?”
“일단은 책이요. 왕성 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기한 책들이 잔뜩 있더라고요. 잡지는 종류별로 다 사버렸어요. 그리고 옷이랑…….”
“안 그래도 옷차림보고 조금 놀랐어.”
“여, 역시 너무 짧은 가요?”
“아니,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놀랐어. 드레스를 두르고 있을 때보다 생기 있어 보여서 좋은 걸. 머리를 그렇게 묶은 것도 잘 어울려.”
“헤에, 그렇게 말해준 건 아저씨가 처음이에요. 레바엔은 안 어울린다고 툴툴거리고, 아셀은 보자마자 짧다고 잔소리하고…….”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뿐이야. 어쩌면 너한테는 이런 모습이 처음부터 더 잘 어울렸을 지도 모르는데.”
“……그런가.”
“좋아 보여.”

온화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며 짓는 카스텔의 미소가 왠지 수줍은지, 츠뮤는 살짝 시선을 피하며 멋쩍은 듯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그런 츠뮤를 바라보며 카스텔은 다시 부드러이 미소 지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글쎄요.”
“그대로 자유롭게 살아도 좋겠지만, 왕족으로 살던 네게 서민 생활은 힘들지도 몰라. 괜찮다면 하텐미온 귀족 중 누군가의 딸이었던 것처럼 적당히 신분을 위조해줄 테니까, 여기 귀족으로 살도록 해.”
“그런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폐가 아냐. 어렵지도 않은 일이지. 사실 나로서는 네가 그리해주는 게 가장 마음이 편해. 하지만 강요는 하지 않을 테니, 그저 선택지 중 하나로 생각해줘.”
“……왜 그렇게까지….”
“츠뮤. 난 네가 어릴 적부터 내 동생처럼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웠어. 넌…… 누구보다도 큰 날개를 가졌음에도 하늘을 한번 날아보지도 못한 채 내내 새장 속에 갇혀만 있는 새 같아 보였거든. 이렇게 된 상황은 분명히 너에겐 비극일 테고, 넌 적지 않은 자학을 느끼고 있겠지. 하지만 다르게 생각한다면, 널 죄던 족쇄가 드디어 풀린 상황이지도 않을까. 무리일지는 몰라도, 어차피 이렇게 된 일이라면, 기왕이면 네가 그런 식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 나로서는 네가 드디어 새장 속에서 벗어났으니 가능한 네 마음대로, 자유롭게 살아가주길 바랄 뿐이야. 이제 네 앞에는 전처럼 하나가 아닌, 무수히도 많은 선택지와 그에 딸린 삶들이 있으니.”
“…….”

츠뮤는 말없이 카스텔을 응시했다. 조금 놀랍고도 벅찬 감정이 뒤섞이자,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알 수 없게 되어 그저 입술을 깨문 채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 츠뮤에게 상냥하게 웃어 보이며, 카스텔은 말을 이었다.

“이 말을 해주고 싶었어. 무사히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러고도 한참을 복잡한 표정으로 말이 없는 츠뮤를 들여다보더니, 소리 없이 웃는다.

“왜 그러고 있어? 사람을 맞은편에 앉혀놓고는, 혼자 무슨 생각 중?”

츠뮤는 그녀로서는 드물게 화들짝 놀라 입가를 당겨 억지미소를 지었다. 시선을 이리저리 방황하며 초조한 듯 머리카락을 매만지다, 어물거리며 말을 이어간다.

“……아니, 그…. 쭉 혼자 싸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고 나서야 날 신경 써주고 있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되는 게 우습…달지, 좀 …감……동적이랄지…. 에, 그러니까…….”
“늘 똑 부러지던 공주님께서, 드물게도 우물거리시네?”
“……고, 고마…워요.”

얼굴이 빨개진 츠뮤를 보며 카스텔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곤 조금 장난스럽게 말했다.

“예정대로 내 신부가 돼서 하텐미온의 왕자비가 되는 삶도 있지만, 별로 좋은 선택지는 아니지? 이젠 나라 간의 관계에 휘둘릴 필요도 없고, 좋은 사람도 생겼으니 하려고 하지도 않을 테지만.”

그 말에 레바엔은 기분 좋은 듯 히죽 웃었고, 츠뮤는 그를 째려보았다. 아랑곳도 않고 카스텔은 말을 이었다.

“그보다, 가능한 공손히 모셔오라고 했는데 렘이 그리했을지 의문이군.”
“그 사람 이름이 렘이에요?”
“그래. 혹 실례를 저질렀나?”
“……아니, 뭐, 무척 공손했어요.”

츠뮤가 굳이 뒤틀리는 심사를 감추지도 않은 표정으로 답하자, 카스텔은 미안한 듯 웃었다.

“미안해. 사실 그 치가 성격이 좀 나빠.”
“뜻밖이네요. 아저씨가 그렇게 성격 나쁜 말을 데리고 있었다니.”
“네 주변에는 그런 말이 없나?”
“네. 성격 나쁜 건 저 하나로도 족해서,”

라며 피식 웃던 츠뮤가 문득 생각난 듯 레바엔을 돌아본다.

“……아니다. 이번에 하나 생겼네요…….”
“……하아?”
“하하. 역시 사이가 좋구나.”
“그, 러, 니, 까!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보이는 건데요?”
“이거, 안심이 되면서도 어쩐지 질투도 나는 걸.”

그 말에 반박하려던 츠뮤가, 불현듯 표정을 굳혔다.

“……안심은 왜 돼요?”
“네가 너무 오라버니, 오라버니해대서 걱정이 됐었거든.”
“정말로 그것 뿐?”
“…….”
“아저씨, 저한테 전에 후회할 거라고 하셨죠. 혹시…….”

곤란한 듯 츠뮤에게서 시선을 돌리던 카스텔이, 이내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알게 됐니? 그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어째서…!”
“그가 나오기까지의 실험에 갖은 목숨을 바쳐온 나라가 어디라고 생각해? 난 그 나라의 왕자야. 모를 리가 없지. ……난 네가 그런 것을 사랑하고, 그런 것의 손에 넘어가길 바라지 않는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거기에 눌린 듯 고개를 숙인 츠뮤가, 가느다란 목소리를 내었다.

“……‘그런 것’이라고 부르지 말아요….”

카스텔은 그런 츠뮤를 복잡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다, 그로서는 드물게도 엄하게 말했다.

“오라버니로 믿고 따르던 기억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방도가 없어. 잊어. 그는 네 오라버니가 아니니까.”
“……하지만 그는!”
“라비아가 점령당했어.”
“……네?”
“말 그대로야. 이제 루네스 에민카렌에서 라비아라는 나라는 사라지고, 그 나라가 있던 곳은 츠메카린의 영토가 되었지. 하지만, 그건 고작 시작에 불과해. 그는 이제부터 계속 전쟁을 일으켜 인간의 땅을 하나씩 집어 삼킬 거야. 그걸 자신의 ‘아버지’에게 바치고, 루네스 에민카렌의 왕이 되기 위해.”

혼란스러운 표정의 츠뮤를 바라보며, 카스텔이 단호하게 묻는다.

“츠뮤. 그런 짓을 하는 자가, 정말로 네 오라버니인가?”
“…….”
“인정해. 그는 네 오라버니가 아니라, 그저 악마야. 그렇게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강하고, 사악한 존재지. ……사실, 이 이야기는 너한테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너를 지지했던 57명의 귀족들이 모조리 옥에 들어갔어. 얼마 전 사형 날짜도 잡혔다더군.”
“!!!”

그 말에 츠뮤의 표정이 경련이라도 한 듯 부들 떨었다.

“츠메카린의 반에 가까운 귀족들을 모조리 죽이겠다고요? 단지 절 지지했다는 이유로? 그게 무슨!!”
“그러니 사악하다고 하는 거야. 그는, 다른 사람의 목숨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거야. 이참에 츠메카린을 완벽히 자신의 성으로 만들 셈인거지.”

츠뮤가 쥔 찻잔의 수면이 흔들린다. 거기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일렁이는 것을 바라보며, 츠뮤는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가능한 조용히 내려놓고 싶었으나, 찻잔이 접시에 놓이자 어쩔 수도 없이 서로 부딪쳐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더욱 격렬히 이는 금빛의 파장. 넋을 잃은 듯 그 표면을 바라보던 츠뮤는, 뭔가를 깨달은 듯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카스텔에게 고개를 돌리며, 나직하게 묻는다.

“……카스텔 아저씨.”
“응?”
“하텐미온에는 왜 돌아오신 거죠? 단지 절 찾기 위해서?”
“그것도 있지만, 그가 가라더군. 거의 내쫓기다시피 했어.”
“제가 도망쳤다는 이야기는 그에게서 직접 들었나요?”
“아니. 시녀들의 대화를 우연히…….”

그 말을 들은 츠뮤는, 어딘지 처연한 표정으로 웃었다.

“츠메카린 성의 시녀들은 그런 이야기를 함부로 떠들지 않아요. 그곳에서는 왕족에 관해 입을 조금만 잘못 놀려도 쥐도 새도 모르게 죽기 십상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그걸 아저씨가 들을 수 있는 자리에서 했다는 건.”

불안한 눈으로 츠뮤의 이야기를 듣던 카스텔이 인상을 찌푸렸다.

“……일부러, 라는 이야기인가?”
“네. 이건 명백한 고의에요. 자신은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아저씨를 이용해 나를 찾아내어, 내게 전하고자한 전언.”





“돌아와야지. 내 공주님? 그들을 죽게 하고 싶지 않다면,”

열려있는 창이 덜컹거리며 한없이 차가운 바람을 쏟아내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그 이후로 쭉 닫히지 않았던 방은 온통 서리라도 늘러 붙은 것처럼 싸늘했고, 가구는 물론, 소품 하나까지도 한기를 잔뜩 머금은 듯 차가웠다.

그 황량한 공간에 홀로 서서, 이제는 없는 츠뮤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츠키에테는 머금었다. 더없이 온화하면서도 어딘지 소름끼치게 서늘한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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